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추석 특선영화는 OTT 시대에도 왜 사라지지 않았을까?
pokepokemon 2026. 9. 26. 06:51목차

예전 추석을 떠올리면 TV 편성표를 보면서 “오늘 밤에 무슨 영화 하지?” 하고 기다리는 풍경이 꽤 익숙했습니다.
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. 넷플릭스나 티빙을 켜면 보고 싶은 영화를 언제든 찾을 수 있고, 유튜브까지 합치면 사실 방송사가 정해준 시간에 영화를 볼 이유는 거의 없어졌습니다.
그런데도 추석만 되면 여전히 ‘특선영화’가 편성됩니다.
올해도 SBS는 9월 26일 밤 9시 30분 영화 ‘왕과 사는 남자’를 TV 최초로 공개하고, EBS는 추석 연휴 동안 ‘사운드 오브 뮤직’, ‘본 슈프리머시’, ‘집으로 가는 길’, ‘조선명탐정: 각시투구꽃의 비밀’ 등 네 편을 편성했습니다.
OTT 이용자가 이미 국민 10명 중 8명을 넘긴 상황인데도 방송사들이 여전히 명절 영화를 준비하는 이유는 뭘까요?
OTT 이용률은 이미 80%를 넘었다
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‘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’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81.8%까지 올라왔습니다. 유료 OTT 이용률도 65.5%로 증가했습니다.
이 정도면 OTT가 일부 젊은 층만 사용하는 서비스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.
실제로 영화 한 편을 보려고 방송 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어졌습니다. 원하는 영화가 어느 플랫폼에 있는지만 찾으면 밤이든 새벽이든 바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.
그런데 재미있는 건 TV가 완전히 밀려난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.
같은 조사에서 주 5일 이상 TV를 이용하는 비율은 70.9%였고, 하루 평균 TV 이용시간은 2시간 28분이었습니다. 오랫동안 줄던 TV 이용시간도 최근에는 다시 소폭 늘었습니다.
특선영화의 역할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다
예전의 추석 특선영화는 사실상 ‘지금 볼 수 있는 영화’를 방송사가 정해주는 역할에 가까웠습니다.
비디오를 빌리거나 극장에 가지 않는 이상 최신 영화를 집에서 보는 방법이 많지 않았으니, 명절에 유명 영화가 방송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였습니다.
지금은 그 희소성이 거의 없습니다.
그럼에도 특선영화가 계속 남아 있는 건 이제 역할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.
혼자 볼 때는 각자 원하는 OTT를 켜면 됩니다. 문제는 가족 여러 명이 한 공간에 모였을 때입니다.
누군가는 액션을 보고 싶고, 누군가는 한국 영화를 좋아하고, 누군가는 아예 영화를 고르는 것부터 귀찮아합니다.
이럴 때 이미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영화는 꽤 편한 선택지가 됩니다. 굳이 가족끼리 20분 동안 리모컨을 돌려가며 넷플릭스 썸네일을 구경하지 않아도 되니까요.
개인적으로는 지금의 특선영화가 ‘꼭 봐야 하는 콘텐츠’라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같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기본값에 가까워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.
올해도 방송사는 ‘같이 보기 좋은 영화’를 골랐다
2026년 추석 편성을 보면 이런 성격이 꽤 잘 드러납니다.
SBS는 9월 26일 ‘왕과 사는 남자’를 TV 최초 공개합니다. 올해 2월 극장에서 개봉해 1,692만 관객을 기록한 작품이라 비교적 최근 흥행작을 안방에서 처음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.
출처: SBS 뉴스
EBS는 조금 다릅니다.
9월 25일에는 ‘사운드 오브 뮤직’, 26일에는 ‘본 슈프리머시’, 27일에는 ‘집으로 가는 길’과 ‘조선명탐정: 각시투구꽃의 비밀’을 편성했습니다.
최신작만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뮤지컬, 액션, 한국 영화처럼 세대와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 고를 수 있도록 장르를 나눠놓았습니다.
이걸 보면 명절 특선영화가 여전히 개인 취향보다 ‘가족 단위 시청’을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꽤 강합니다.
재미있는 건 OTT도 똑같이 명절을 노린다는 점이다
처음에는 OTT가 등장하면 추석 특선영화 문화가 자연스럽게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.
실제로는 조금 다르게 흘러갔습니다.
TV의 특선영화는 남아 있고, OTT가 오히려 그 방식을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.
티빙은 이번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24일부터 ‘국제시장’, ‘과속스캔들’처럼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를 따로 묶어 보여주는 큐레이션을 운영했습니다.
넷플릭스와 디즈니+ 역시 연휴를 앞두고 신작을 공개했고, 디즈니+는 23일 ‘토이 스토리 5’를 공개했습니다.
플랫폼은 달라졌지만 하고 있는 일은 의외로 비슷합니다.
수많은 작품 중에서 “명절에 이걸 한번 보세요”라고 몇 편을 골라 앞에 내놓는 겁니다.
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‘골라주는 것’이 필요해졌다
OTT의 가장 큰 장점은 선택지가 많다는 겁니다.
그런데 막상 앱을 켜보면 그게 단점이 될 때도 있습니다.
영화는 수천 편인데 뭘 볼지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. 작품 하나를 고르려고 예고편을 보고, 평점을 검색하고, 가족에게 물어보다가 결국 유튜브를 보는 경우도 생깁니다.
그래서 지금의 특선영화나 OTT 명절 큐레이션은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치가 생긴 것 같습니다.
예전에는 선택지가 부족해서 방송사가 영화를 골라줬다면, 지금은 오히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몇 편을 골라주는 역할이 필요해진 겁니다.
저는 이 차이가 꽤 재미있습니다.
기술은 완전히 달라졌는데 결과적으로 방송사와 OTT 모두 명절이 되면 다시 몇 편의 영화를 앞에 꺼내놓습니다.
‘온 가족이 같은 TV를 보는 추석’은 줄었지만
물론 예전처럼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방송사가 틀어주는 영화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보는 풍경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.
누군가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, 다른 사람은 태블릿으로 넷플릭스를 볼 수도 있습니다. TV 화면에 OTT를 연결해서 보는 집도 많아졌습니다.
그렇다고 명절에 ‘같이 볼 것’을 찾는 수요까지 사라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.
티빙도 이번 추석 큐레이션을 가족 단위 시청을 겨냥해 구성했고, 방송사들도 여전히 명절마다 비교적 여러 세대가 함께 보기 쉬운 영화를 배치하고 있습니다.
그래서 추석 특선영화는 사라졌다기보다는 형태가 변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아 보입니다.
예전에는 방송사가 정해준 시간에 한 편을 기다렸다면, 지금은 TV와 OTT가 동시에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몇 편을 추천합니다.
결국 남은 건 영화 한 편이 아니라 명절에 누군가와 같이 볼 콘텐츠를 찾는 습관인지도 모르겠습니다.
OTT가 아무리 커져도 추석 특선영화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아마 그쯤에 있지 않을까요.